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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비만의 진단과 치료
작성자 : 김호성 날짜 : 2005-08-31 조회수 : 155
내용 소아비만의 진단과 치료

연세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소아과학교실
김호성

초등학교 5학년인 L군은 평소 뚱뚱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다. 그러나 같은 반 내에도 자신과 비슷한 체형의 아이가 많아 체중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며, 평소 햄버거나 피자를 즐겨 사먹는다. 방과 후에는 학원에 다니느라 시간이 없으며, 집에 돌아와서도 텔레비전 보기와 컴퓨터게임을 즐기며, 움직이기를 싫어한다. 평소 건강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던 L군이 최근 3개월 전부터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며, 잘 먹는데도 체중이 빠지는 것 같아 소아과 외래를 방문하였다. 진료 결과 중등도 비만과 함께 혈당이 264 mg/dL로 증가되어 있어 당뇨병으로 진단되었다. 소아 비만으로 인하여 소아 당뇨병이 초래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소아와 청소년층의 비만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실시된 비만도 통계를 살펴보면 1970년대에는 전체 소아의 2-3%, 1980년대에는 남아의 9-15.4%, 여아의 7-9.5%가 비만아였다. 가장 최근인 2002년에 소아과학회에서 서울지역 고등학교 1학년 49,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비만율이 남자에서 21.7%, 여자에서 21.3%로 지난 30 여년동안 비만이 거의 10배 이상 증가하였다. 미국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전체 소아의 25%, 성인의 30%가 비만에 속하여 우리나라와 대동소이한 분포를 보인다.
소아와 청소년기의 비만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성인이 된 후에도 비만이 지속되거나, 성인비만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으며, 임상적으로 당뇨병, 지방간,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성인병을 유발시키며, 성장과 발달에 장애를 일으키고, 심리적, 정서적인 영향으로 인성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따라서 비만을 증상과 합병증을 갖고 있는 중요한 질병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아비만의 진단

비만은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체내에 지방조직이 과잉으로 축적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 비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소아에서 비만을 진단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하고 있지만 가장 간편하고,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체질량지수를 구하는 방법이다. 체질량지수는 체중(kg)을 [신장(m)]2으로 나눈 것으로 같은 연령과 성별의 체질량지수 백분위수(한국 소아의 체질량지수 백분위수 표 참고)에서 95백분위수 이상이면 비만, 85-95백분위수 사이이면 비만위험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소아비만도 다른 비만의 원인과 마찬가지로 유전적 요인, 에너지 섭취와 소비의 불균형, 운동부족, 호르몬 이상과 대사이상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유발된다. 특히 최근에 급증하고 있는 비만은 생활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고칼로리, 고지방 음식으로 구성된 식사습관과 상대적으로 부족한 운동습관이 주원인이 된다.
비만은 성인 뿐만 아니라 소아에서도 여러 장기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20-45세의 비만 성인에서 고혈압의 위험도는 정상 성인에 비해 5-6배가 높으며, 당뇨병은 2.9배, 고지혈증은 1.5배가 높다. 또한 비만도가 40% 이상인 비만 성인에서는 심장질환, 뇌졸중, 암, 소화기병에 의한 사망률이 크게 증가한다. 실제로 청소년 비만아에서 조사된 합병증 유병률에서도 이러한 심각성이 잘 설명된다. 2002년 소아과학회에서 시행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비만 청소년에서 고지혈증이 남자의 12.7%, 여자의 28%에서 발견되었으며, 고혈압이 남녀에서 각각 7.0%, 3.1%, 당뇨병이 각각 0.045%, 0.045%에서 발견되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아비만의 관리

최근 소아비만이 급증하면서 소아비만 관리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소아비만을 관리하는데 있어 중요한 목표는 올바른 체중조절과 함께 성장과 발달을 건강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비만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비만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며, 비만아를 조기에 발견하여 조기에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또한 비만아 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 구성원도 함께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급작스런 체중감량이나 단기간의 효과를 노리는 방법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소아에서의 체중조절 시에는 어른과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 소아청소년기는 성장이 일어나는 시기이므로 심하지 않은 비만을 가진 소아에서는 현재의 체중을 유지하기만 하더라도 비만이 호전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합병증이 동반되어 있거나, 심한 비만일 경우에는 체중감량이 필요하다. 이 경우에도 5-10%의 체중을 단계적으로 감량하는 것이 추천된다. 소아비만의 발생은 과도한 에너지 섭취와 상대적으로 적은 신체활동이 주된 원인이 되므로 이를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식사요법, 운동요법, 행동요법이 단독으로 혹은 결합된 방법으로 이용된다.

식사요법의 목표는 균형있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올바른 방법으로 섭취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의미로는 섭취하는 칼로리 양을 줄이고, 지방섭취를 줄이며, 좋은 식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이나 당분의 섭취는 줄이고, 과일이나 야채, 곡류의 섭취는 늘릴 것을 권하고 있다. 개개인에서 문제가 되는 식습관이나 필요한 칼로리 등은 모두 다를 수 있으므로 영양상담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또한 체중감량을 위한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건강을 위한 지속적인 식습관의 변화가 요구된다.

운동요법은 에너지 소비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소아청소년의 근골격계의 향후 지속적 발달과 심리적 요인의 개선, 동맥경화 위험요인의 개선이라는 면에서도 중요하다. 어린아이들은 규격화된 운동(에어로빅, 런닝머신, 실내 자전거 등)에 싫증을 내는 경향을 보이므로 놀이나 일상생활 속에서 활동을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가만히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TV나 컴퓨터를 이용하는 시간은 하루에 1-2시간 이내로 제한한다. 누워서 쉬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만히 있는 시간을 줄이면 상대적으로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나므로 체중조절에 도움이 된다. 또 다른 방법은 일상생활 중에 활동하는 양을 늘리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학교에 갈 때 차를 타지 않고 걸어간다거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이용하는 식이다. 그 외에도 친구와 운동경기를 한다거나, 최소한 하루에 30분 이상 가족끼리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소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더욱 권장되어야 한다.

식사요법이나 운동요법은 행동요법과 함께 시행할 때 더욱 지속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행동요법은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기르고, 유지시키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잘못된 습관, 즉 고칼로리 음식의 선호나 잘못된 식사방법, 규칙적인 운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 등을 파악하여 이를 고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노력은 단계적으로, 한가지씩 바꾸어 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또한 일시적인 변화가 아닌 지속적인 습관이 되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며, 비만아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행동양식을 바꾸는 노력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비만조절에 도움이 되는 습관으로 “고칼로리, 고지방 음식은 가능한 줄일 것, 야채와 과일 섭취를 늘릴 것, 외식을 줄일 것, 식사시간은 일정한 시간에 할 것, 음식물을 급하게 먹지 말 것, TV 시청이나 컴퓨터 사용은 하루 1-2시간으로 제한할 것, 매일 30분 이상 걸을 것” 등을 추천하고 있다. 아주 심한 비만이 아닌 경우 이러한 약간의 행동변화만으로도 소아에서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소아비만에서는 원칙적으로 약물치료나 수술치료는 권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한된 경우에 이러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약물치료는 아시아인에서 체질량지수가 25 kg/m2 이상인 경우, 혹은 23 kg/m2 이상이면서 심혈관계 합병증(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나 수면 무호흡증이 동반된 경우이면서 식사, 운동 및 행동요법으로 조절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시도한다. 소아청소년 연령에서 사용이 공인된 약물로는 오리스테트(상품명:제니칼)가 유일하여 12-16세 사이의 아동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 이 약물은 위와 소장 내에서 지방분해효소의 활성을 저해하는 작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방의 흡수를 억제하고, 칼로리 섭취의 감소를 초래하여 체중조절을 가능하게 한다.
수술치료는 표준체중의 100%가 넘는 청소년에서 제한적으로 시도되었으나 부작용과 안전성 면에서 추천되지 않는다.

최근 분자유전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비만 유발 유전자나 에너지의 섭취와 소비를 조절하는 인자들, 지방의 분포를 조절하는 요인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비만을 치료하는 약물들의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성인 비만의 경우에는 지방의 흡수를 억제하는 약물(제니칼), 중추신경계에서 포만감을 항진시켜 식욕을 억제하고 에너지 소모를 증가시키는 약물(리덕틸) 등이 개발되어 현재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의 소아에서의 사용은 아직 제한적이며, 더욱 많은 경험과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외에도 현재 다양한 약물 치료나 유전자 치료가 진행중이므로 희망적이기는 하나, 실용화를 위해서는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또한 소아 비만의 최대 문제로 지적된 당뇨병, 고지혈증, 지방간, 고혈압 등의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에도 과거에 비해 훨씬 좋은 약물과 치료법이 개발되어 치료가 용이해지고 있다.

소아 비만 치료의 어려움

소아 비만의 조절이 어려운 것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는 비만의 심각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비만이 당장 다른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만인 어린이는 아주 심하지만 않다면 그 심각성을 인식하는 경우가 적다. 부모들 역시 전통적으로 뚱뚱한 아이가 건강한 아이라는 인식과 함께 커가면서 자연히 좋아지겠지 하는 식의 막연한 기대감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소아과 진료를 맡고 있는 의사들도 비만 어린이의 20% 정도만을 비만으로 진단하고 치료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두 번째는 비만 치료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비해 눈에 보이는 효과는 실감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비만 조절에 성공한 사람도 3분의 2 정도는 다시 체중이 늘어나는 ‘요요 현상’을 경험한다. 진정한 생활습관의 변화와 노력 없이는 비만 조절에 실패하기가 쉽다.
세 번째는 가족과 부모의 참여 없이는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소아 비만은 가족의 생활습관과 행동양식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부모 중 한쪽이 비만인 어린이가 비만해질 가능성이 40%인데 반해, 부모 모두가 비만인 어린이가 비만해질 가능성은 80%까지 올라간다. 특히 어머니가 비만이라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비만 위험성이 2.5배 이상 증가한다. 따라서 비만의 성공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가족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함께 참여하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
네 번째는 일반 질환처럼 일정기간 동안의 약물치료와 같은 집중적인 치료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만 치료에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며, 체중조절 후에도 지속적인 유지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소아비만의 성공적 치료

성공적인 소아 비만 치료를 위해서는 가능하면 비만의 위험성을 빨리 인식하고 건강한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가족 모두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부모의 자녀에 대한 태도가 매우 중요하며, 나아가 모두의 구체적인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가족 모두가 규칙적으로 키와 몸무게를 재고 기록하여 비만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하루 중의 식사시간과 간식시간을 일정하게 한다. 부모는 특히 자녀가 좋은 습관을 갖도록 칭찬을 많이 해준다. 자녀가 좋지 못한 행동을 한 경우에는 행위 자체를 지적하고 고쳐 나가도록 한다. 좋은 행동을 했을 때는 음식을 상으로 주지 않도록 하며,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 예를 들면 영화관람이나 여행 등으로 보상한다. 자녀가 스스로 생각하고 노력하여 건강한 습관을 들이도록 유도한다. 유혹을 느낄 만한 음식을 미리 치우고 고지방, 고당분 음식은 되도록이면 구입하지 않도록 한다. 가족 모두가 함께 운동하는 시간을 늘린다. 또한 부모 스스로도 자녀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습관을 바꾸고 일관성있게 행동한다.
이런 방식으로도 비만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비만의 원인은 개인의 유전적 생물학적 환경적 심리적인 특성에 따라 다르므로, 각 개인의 문제점을 파악한 다음 맞춤식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이러한 개인과 가족의 노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학교, 정부에서도 비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건강한 환경과 사회 분위기를 만들도록 노력하는 것이 비만 해결에 필요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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